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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학생이던 시절을 되돌아보니...

주입식 시스템 속에서 소외된 인간의 내면 조율

1. 의미와 목표의 주입, 냅다 세상에 던져지는 아이들

내가 태어나고 싶어서 스스로 선택해 태어난 것도 아닌, 어느 날 불쑥 그렇게 시작되어 버린 나의 삶입니다. 사실 우주의 거대한 궤도 안에서 개인의 삶에 무슨 대단하고 거창한 의미가 꼭 본질적으로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사회는 모든 행동에는 반드시 명확한 의미가 있어야 하고, 철저한 목표가 설정되어야만 한다는 방식의 훈육을 끊임없이 주입해 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게 세상이라는 거친 트랙으로 나가기 전 어느 정도의 '의미 찾기'라는 나침반을 쥐여주고 내보내는 문화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냅다 세상에 굶주린 이리처럼 던져버리는 것보다는 훨씬 성숙하고 안전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2. 과거의 서당: 글자 하나에 스며있던 인간화 알고리즘

일제 강점기와 더불어 급격하게 유입된 서구식 사회 체계와 근대화가 완전히 성립되기 전, 우리 선조들의 교육 아키텍처는 지금과 사뭇 달랐습니다.

어릴 때 아이들은 동네 서당에 다니며 천자문을 떼고, 소학(小學)과 대학(大學), 그리고 논어(論語)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고전을 단계별로 밟아나갔습니다. 단순히 한자의 음과 뜻을 기계적으로 외우는 것이 아니라, 한 글자 한 글자 속에 깊이 배어있는 심오한 개념과 동양의 철학적 가치를 훈장님의 나이테 같은 목소리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 들었습니다.


훈장님과 서당 (Source:태학사)

아이들은 그 고전 속에 스며있는 묵직한 교훈들을 징검다리 삼아 세상이 돌아가는 깊은 이치를 깨달았습니다. 사람들이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가장 기본적인 프로토콜, 그리고 그 끈끈한 관계 속에서 인간 사이에 오가는 의리(義理)와 우애(友愛)는 물론이고, 내면에서 시시각각 폭주하는 미움과 분노 같은 원초적인 감정들을 어떻게 다스리고 조율해야 하는지 그 정밀한 '마음의 제어법'을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지식의 축적이기 이전에 인간의 내면 운영체제를 캘리브레이션(보정)하는 성숙한 훈육이었습니다.

3. 신식 교육 체제: 산업사회가 만들어낸 번호표 매기기 공정

반면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현대의 신식 교육 체제는 우리의 선조들이 인간을 위해 고민해 낸 아키텍처가 아닙니다. 그것은 서양인들이 근대 산업사회를 가동하기 위해 설계한, 철저히 효율성에 최적화된 공장형 교육 체계입니다.

이 냉정한 시스템의 목표는 거대한 산업 전선에 필요한 '논리적 사고'를 할 줄 아는 기초적인 규격 부품들을 가장 빠른 시간 안에, 가장 많은 학생에게 대량으로 주입시키는 것입니다. 그렇게 지식을 주입한 다음, 시스템은 데이터가 얼마나 잘 들어갔는지 기계적인 테스트를 거칩니다. 주입이 완벽하게 잘된 개체부터 잘못된 개체까지 차갑게 한 줄로 세워 번호를 매기고, 학생들은 이 번호표 하나를 손에 쥔 채 더 상급 학교로 진학하거나 곧바로 노동의 일터로 투입됩니다. 물론 그들이 도달하는 상급 학교의 간판이나 일터의 격은 순전히 손에 쥔 번호표의 수치에 따라 결정됩니다.

4. 생존에 급급했던 시간, 내면 디버깅을 위한 뒤늦은 여정

이처럼 삭막하고 규격화된 컨베이어 벨트 환경 속에서 훈육(사실 훈육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기계적 사육에 가깝지만)을 받으며 자라나다 보니, 우리는 너무나 소중한 가치들을 통째로 잃어버렸습니다. 삶의 진정한 주체적 의미가 무엇인지, 타인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렬해야 하는지, 그리고 매일같이 내 마음속의 메인보드 위로 거칠게 나타나는 수백 가지 감정의 노이즈들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내면의 치열한 갈등을 스스로 털어내고 제어해보는 '마음의 디버깅 방법' 같은 본질적인 가치들은 도무지 접해볼 시간도 없이 청춘이 그냥 휙 지나가 버린 것입니다.

저 또한 이 냉혹한 생존 경쟁과 속도의 시스템에서 결코 예외가 될 수 없었습니다. 앞만 보고 달리며 거대한 글로벌 프로젝트들을 이끌고 성공을 향해 폭주해 왔지만, 내면의 기저 레이어에서는 언제나 인간과 삶에 대한 기본적인 배움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깊은 결핍과 한탄이 고요하게 맴돌곤 했습니다.

치열했던 현역의 레이스를 완주하고 이제야 비로소 가만히 멈추어 서서, 어린 시절의 나를 정직하게 되돌아봅니다. 그리고 그때는 차마 마주할 시간이 없었던 내 안의 수많은 감정과 갈등의 선로들을 이제서야 하나씩 차분하게 들여다보고 조율하는, 진짜 나를 위한 '인생의 두 번째 공부'를 겸손하게 시작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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