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의 방법
매니저의 고뇌와 AI 시대 의사결정 테이블의 모순
1. 나이가 들수록, 책임이 무거워질수록 흐려지는 의사결정의 뒷맛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 서고, 끊임없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 직면합니다.
어린 시절 혹은 현업의 실무자이던 시절에는 어떤 사안에 대한 결정이 비교적 명확하고 산뜻했습니다. 내가 책임질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그야말로 속이 시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조직에서 직급이 올라가며, 그 결정 하나에 생계와 방향성이 결부된 이해당사자(Stakeholder)들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수록, 이상하게도 매 순간 내리는 최종 결정의 뒷맛은 언제나 씁쓸하고 시원하지 않음을 느끼게 됩니다. 리더로서 마주하는 이 모순은 도대체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요?
2. 가중치 매트릭스 테이블과 소외당하는 감성 리소스
가만히 인간의 판단 메커니즘을 묵상해 보면, 우리는 우리 몸과 영혼이 직관적으로 전해주는 '감정(Emotion)'을 완벽하게 활용할 때 비로소 가장 시원하고 명쾌한 만족감을 얻는 듯합니다. 설령 그 결정의 결과가 100% 좋든 그렇지 않든 간에, 내 내면의 목소리와 싱크로율을 맞춘 선택은 후회를 남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직의 매니저로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오면 상황은 180도 달라집니다. 시스템의 오류를 줄이기 위해 내 안의 원초적인 감성을 억지로 죽여야 합니다. 그리고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이것저것 복잡한 변수들을 따지기 시작하지요.
우선순위(Priority)를 정의하고, 각 항목마다 주관성을 배제한 가중치(Weighting Factor)를 가미합니다. 엑셀 창을 열어 이리저리 다차원 데이터 테이블을 만들고 점수를 매겨 통계를 산출하다 보면, 이미 나의 소중한 감성 리소스는 그 차갑고 기계적인 연산 과정을 도저히 쫓아가지 못한 채 마음 구석방에 외롭게 쭈그리고 앉아버리게 됩니다. 철저히 수치화된 논리가 직관을 압도해 버리는 순간입니다.
3. AI 매트릭스 시대, 리더가 마주하는 거대한 의심
과거 독일 보쉬 본사에서 글로벌 프로젝트를 리드하고 한국의 거대 완성차 고객들과 대규모 계약 및 시스템 규격을 조율하던 매니저 시절, 항상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수많은 회의와 서류 검토를 거쳐 '최선의 결정'이라는 도장을 찍긴 하지만, 정작 그 서류 더미 어디에도 내 영혼이 100% 동의한 진짜 최선의 확신은 존재하지 않는 기묘한 상황을 자주 겪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인공지능(AI) 시스템이 의사결정의 보조 인프라로 완전히 동원되고, 고려해야 할 이해당사자가 다수를 넘어 거대한 대중이나 시장이 되어버리면, 그야말로 나라는 인간의 감성 따윈 시스템 전체에서 0%로 완벽하게 배제된 '차가운 결론'이 턱하니 내 앞에 산출물(Output)로 나타납니다.
그 완벽하지만 영혼이 없는 결정서 앞에서 "우리가 지금 구축해 나가고 있는 이 디지털 가동 시스템들이, 어쩌면 인간이라는 나약한 생명체에게 너무 버겁고 과분한 일이 아닌가?" 하는 근원적인 의심을 해보게 됩니다. 데이터를 맹신하는 현대 비즈니스 세계에서, 역설적으로 리더가 가장 먼저 회복해야 할 가치는 시스템의 통계 수치 너머에 숨어있는 '인간의 직관과 온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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